술 이야기

위스키 계의 롤스로이스, 맥캘란 이야기

공기버스기사 2024. 3. 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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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에 관심이 많아져서 직접 구매해 마셔보기도 하고, 유튜브로 관련 영상도 보고, 책도 여러권 읽어보고 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알고리즘에 뜨는 영상을 보다가 '주라기월드'라는 유튜브 채널을 발견했다. MBC에서 운영하는 채널인데 조승원 기자님이 일사에프(14F)채널에서 주라기월드라는 코너에서 술 관련 이야기들을 주로 한다. 위스키 관련 영상이 거의 대부분인 채널을 보면서 얻어가는 게 많았다.

 

위스키와 관련해서 지식도 많고, 여러 종류의 위스키들을 많이 접해본 분이라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는데 작가로서 책도 몇 권 출판하셨더라. 밀리의 서재에 버번위스키를 다룬 책이 있어 읽어 봤는데 작가가 조승원 기자님이셨다. 스카치 위스키에 관한 책은 밀리의 서재에 없어서 구립 도서관을 검색해 봤다. 다행히도 '스카치카 있어 즐거운 세상'이 구내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어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해서 빌려봤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속에 여러 증류소를 방문한 기록과 함께 갖가지 정보들이 들어있어 재미있게 읽는 중이다.

 

글렌피딕을 시작으로 발베니의 순서로 이어지다 맥캘란파트를 읽다가 몰트 디즈니랜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위스키, 위스키 계의 롤스로이스와 같은 문구를 보고 '마셔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강렬하게 갖게 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맥캘란 오픈런 뉴스를 봤을 때도 뭔 술에 저렇게까지 열심인가 했었는데 맥캘란 프로모션을 보게 된다면 지금은 나도 오픈런에 참여할 기세다.

 

몰트 디즈니랜드

 

 

증류소 전경
증류소 투어 홈페이지 내 증류소 전경

 

 

작가에 따르면 2018년에 문을 연 새 증류소는 약 2200억 원을 들여 지었는데, 여의도 파크원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설립한 회사에서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207미터에 달하는 지붕을 구불구불하게 지으려고 북유럽 가문비나무 조각 2700개를 일일이 이어붙였다고 한다. 증류소 내부는 6성급 호텔 로비처럼 호화스러움을 자랑하고, 위스키 판매점에는 기본 라인업부터 2020년 소더비 경매에서 약 12억 원에 낙찰된 레드 컬렉션 6병 등 한정판 시리즈까지 비치해 놓았단다. 술을 만드는 공장을 뭐 이리 화려하게 지어놓은 건지, 일반 투어는 50파운드(8만 5천 원), 특별 투어는 250파운드(42만 5천 원)나 하는데도 예약하기는 대학 수강신청 못지않게 어렵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위스키

 

맥캘란 아카이브에서 맥캘란의 역사를 볼 수 있는데 그 곳에서 맥캘란이 '위스키 계의 롤스로이스'라는 별칭을 얻으며 명품 주류 브랜드로 도약한 과정을 다룬다고 한다. 경매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병 당 수억 원짜리 초고가 위스키가 가득하다. '맥캘란은 더이상 입으로 마시는 위스키는 만들지 않는다. 눈으로 즐기는 소장품 명품을 만들 뿐이다.'라는 말도 있다. 이런 맥캘란에서 세상에 나온 위스키 중 보석 장식 없이 가장 비싸게 거래된 위스키를 출시했었는데 바로 맥캘란 1926빈티지이다.

 

 

1926 vintage
1926 빈티지 중

 

 

1926년에 증류한 스피릿을 60년간 숙성해 1986년에 병입한 제품으로, 딱 40병만 세상에 출시했다고 한다. 12병은 영국 팝아트 대부가 라벨 디자인을 하고, 다른 12병은 이탈리아 유명 화가가, 또 다른 2병은 아일랜드 아티스트가 병에 붓으로 직접 그림을 넣었단다. 나머지 14병은? 초고가 하이엔드 시리지 파인 앤 레어 (Fine & Rare)라벨로 출시했다. 시장에 나오자마자 세상에서 가장 비싼 증류주 타이틀을 얻어 87년 당시 지금 환율로 80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지금 시세로 헐값이나 다름없을 정도이다. 옛날 800만원도 엄청 비쌌을텐데 지금은 얼마나 하는가 하면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서 약 23억 원에 팔렸다고 한다.

 

위스키 한 병에 23억원이라니... 이건 마시는 용도가 아님에 틀림없다. 그냥 자산의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30밀리리터 한 잔에 9857만원, 1밀리리터에 328만 원이다. 어느 정도 부자여야 저런 술을 개봉해서 마실지 궁금하다

 

 

파이니스트 컷 (FInest Cut)

 

2차 증류를 통해 나오는 스피릿(증류액) 중에서 오크통에 숙성할 중류(Heart, Middle Cut)만을 잘라내는 공정을 컷이라고 한다. 개별 증류소마다 스피릿 가운데 알코올 도수 몇 퍼센트(% abv)에서 몇 퍼센트까지를 중류로 쓸 건지 정해둔다. 이렇게 설정한 중류의 범위를 미들컷 레인지(middle cut range) 또는 컷 레인지(cut range)라고 부른다.

 

맥캘란의 컷 레인지는 극단적으로 좁아 72%~68%의 범위에서만 중류를 확보하는데 고작 4% 범위에서 뽑아내는 중류는 양이 매우 적지 않을까. 대다수 증류소가 10%의 컷 레인지를 잡는데 명품 위스키답게 상대적으로 소량만을 추출하는 게 왠지 더 고급스럽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셰리 캐스크 명가

 

맥캘란에 따르면 위스키 풍미의 80%가 오크통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맥캘란은 오크통 숙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오크통 품질을 자신한다는 얘기이다. 맥캘란의 지금의 명성은 바로 품질 좋은 캐스크를 남들보다 많이 확보해 잘 관리해 왔음을 말한다. 

 

'셰리 위스키하면 맥캘란'이라는 믿음을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준 맥캘란이 스페인 셰리 양조장을 통제한다는 <USA TODAY> 기사가 있다. 스코틀랜드 업계에서 사용하는 전체 퍼스트 필 셰리 캐스크의 약 80%를 수입하니 스페인 셰리 양조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생산하는 데 무리가 없지 않겠나. 셰리 와인을 마셔본 적은 없지만 셰리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 셰리 와인도 어떤 맛일지 괜히 궁금하다.

 

맥캘란은 또한 위스키 빛깔을 예쁘게 하려고 캐러멜 색소를 넣지 않고 오크통 숙성을 통해서만 빛깔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점점 더 맥캘란 위스키가 마셔보고 싶다. 맥캘란은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한정판만 잔뜩 내놓는다.', '값이 너무 비싸다'라며 불평불만을 내놓으면서도 다들 갖고 싶어하는 맥캘란. 누구나 갖고 싶지만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위스키. 어디서 많이 봤던 문구들인데? 에르메스같은 위스키? 궁금하다 맥캘란. 이번 달에는 프랑크푸르트와 뉴욕 비행이 있는데 리쿼샵을 돌아다녀 봐야겠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맥캘란은 과연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