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이야기

[내돈내산] 달콤한 뒷맛이 오래가는 포 로지스(Four roses) 싱글 배럴

공기버스기사 2024. 3. 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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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비행을 다녀왔다. 이번에 많이 친해진 후배와 리쿼샵 구경을 갔다가 위스키 한 병을 샀다. 후배가 한창 즐겨마셨던 위스키라고 추천을 해 주기에 구매했고, 방에서 후배가 산 배럴 시그래스(Barrel Seagrass) 한 병과 서비스로 받은 앤젤스 앤비(Angel's Envy) 미니어처 한 병을 따서 마셔봤다.

 

 

위스키 시음
세 병을 맛 봤습니다

 

 

오늘은 마셔본 세 위스키 중 내돈내산인 포 로지스 싱글배럴(Four Roses Single Barrel)을 리뷰해 보려고 한다.

 

포 로지스 싱글 배럴
포 로지스 싱글배럴 (Four Roses Single Barrel)

 

 

기본 정보

분류 Kentucky straight bourbon
회사 Kirin
증류소 Four Roses
캐스크 Awards new charred American white oak
출시 연도 2004
프루프 100 (50% ABV)
Age 최소 7 ~ 9 년
가격 LA 리쿼샵 Fifth Spirits 기준 한화 약 69500원
데일리샷 어플 기준 국내 99000원
수상내역 Gold, 2019 World Whiskies Awards; Tried & True Award (95 points), 2020 Ultimate Spirits Challenge; Gold, 2018 San Francisco World Spirits Competition

 

 

브랜드 유래

 

위스키 이름이 네 송이의 장미라니. 약간 여성스러운 것 같다. 위스키 브랜드의 유래는 설이 분분한데 일단 증류소가 주장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켄터키 루이빌에서 위스키와 담배를 거래하던 폴 존스 주니어라는 사람이 있었다. 폴 존스에게는 짝사랑하던 여인이 있었는데, 번번이 구애를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폴 존스는 작심을 하고 여인에게 편지를 띄웠다. 존스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편지에서 "내 청혼을 받아들인다면, 다음 무도회 때 네 송이 장미를 코르사주 corsage로 달고 나와달라"라고 적었다. 편지를 받은 여인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폴 존스의 바람대로 그녀는 네 송이 장미를 드레스에 달고 나타났다. 그리고 둘은 결혼에 골인했다. 폴 존스는 1888년부터 네 송이 장미 four roses를 자신이 판매하는 위스키의 트레이드마크로 정했다고 한다.

 

참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그런데 포 로지스의 기원을 놓고 전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도 많다. 대표적인 건 포 로지스의 로즈가 '장미'가 아니라 '로즈 가문'이라는 설이다. 즉, 이 위스키 브랜드를 개발한 사람은 폴 존스가 아닌 루퍼스 로즈Rufus Mathewson Rose라는 사람이었고, 그가 자신과 자신의 형, 두 아들까지 포함해 네 명을 '네 명의 로즈 four roses'라고 부른 데서 이름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이것 말고도 몇 가지 설이 더 있는데, 하나같이 믿거나 말거나다. 그 어떤 주장이든 입증할 근거는 없다.

 

저가 위스키의 대명사?

 

1943년에 캐나다 주류 기업 시그램에서 증류소를 인수했을 당시에 포 로지스 위스키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우수한 품질로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버번의 지위를 누렸지만 1960년대에 상황이 달라진다. 모기업 시그램이 미국 시장에서 포로지스 판매를 중단하고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만 판매를 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어떻게 한 거냐? 바로 미국 시장에서는 저가의 블렌디드 위스키를 '포 로지스'라는 이름으로 팔기로 했다. 유럽과 아시아에는 진짜 포 로지스를, 미국에는 가짜 포 로지스를 판 것이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포 로지스'하면 저가 위스키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 40년이 지나고 포 로지스 증류소가 2002년에 다국적 기업 디아지오로 넘어갔다가 다시 일본계 회사인 기린에 팔렸다. 이 때부터 포 로지스는 미국 시장에서도 진정한 '켄터키 버번위스키'로 돌아오게 되었다.

 

 

독특한 레시피 표기

 

포 로지스에는 10가지 레시피가 있다. 다섯 가지 종류의 효모와 두 개의 매시빌을 갖고 '5 X 2 = 10'의 레시피가 나온다. 이 레시피는 각 4자리 코드로 표시된다.

 

매시빌은 B와 E로 불린다. B 매시빌은 옥수수 60%, 호밀 35%, 맥아 보리 5%로 구성된다. E 매시빌은 옥수수 75%, 호밀 20%, 맥아 보리 5%로 만들어진다. 곡물 배합으로만 봐도 포 로지스가 기본적으로 스파이시한 풍미의 버번임을 알 수 있다.

 

효모는 F, K, O, Q, V로 불린다. F = Herbal Notes(허브), K = Light Spice(스파이시), O = Rich Fruit(과일), Q = Floral Essence(꽃), V = Delicate Fruit Cream(과일, 크림)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표준 싱글 배럴은 호밀 함량이 높은 매쉬 빌과 섬세하게 과일 향이 나는 효모 균주를 사용하는 "OBSV"라는 하나의 레시피만을 사용한다.

"OBSV" 코드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O"는 버번이 생산되는 증류소를 의미한다. 일부 문헌에 따르면 증류소의 옛이름인 'O'ld Prentice를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
"B"는 B 매시빌을 의미한다.
"S"는 스트레이트(Straight) 위스키를 의미한다.
"V"는 V효모를 사용했음을 의미한다.

현재 판매중인 포 로지스 싱글 배럴은 OBSV 레시피로 제조한다. OESK나 OESQ로 제조한 싱글 배럴은 한정 출시된 적이 있다고 한다.

 

테이스팅 노트

 

위알못인 관계로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생각나는 대로의 포 로지스를 간략하게 표현해 봤다. 호밀의 알싸함과 바닐라의 부드러운 풍미가 맴돈다. 입안에서의 느낌은 되게 복합적이고, 달콤한 뒷맛이 오래간다. 이 달콤한 뒷맛이 좋아 후배가 포 로지스를 여러 병 마셨다고 한다.

 

참고로 Liquor.com에서 리뷰한 포 로지스의 테이스팅 노트는 다음과 같다.

 

색상 : 골든 캐러멜 - 버번은 법으로 인공 색소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색상은 전적으로 배럴에서 나옵니다.

향 : 호밀 향이 강하고 자두, 살구, 밝은 시트러스 향이 주를 이루는 과일향이 납니다.

미각 : 풍부하고 달콤하지만 질리지 않고 캐러멜의 큰 향과 바닐라, 체리 캔디, 초콜릿의 힌트가 터져 나오는 계피 스파이스와 편도선에 닿을 때 가벼운 오크향의 건조함으로 이어집니다.

마무리 : 마무리는 오크나무에 관한 것입니다. 건조하고 검은 후추의 매운 맛이 납니다. 설탕에 절인 오렌지 껍질과 토피 향과 함께 멋진 뒷맛이 남아 있습니다.

 

위스키는 와인처럼 종류가 정말 많고, 각각의 위스키는 제각기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다. 술을 자주 마시지 않았는데 근래 위스키를 사다 보니 매일매일 생각이 나서 한 잔씩 마시고 있다. 가끔씩 폭음하는 것보다 소량으로 자주 마시는 술이 몸에 더 나쁘다는 얘기도 있던데 조금씩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위에 면세점에서 산 웰러(Weller) 스페셜 리저브를 올려두고 쳐다보면서 글을 쓰는 나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