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이야기

[내돈내산] 메이커스 마크 셀러에이지드 (Maker's Mark Cellar Aged - 2023 release)

공기버스기사 2024. 5. 10. 17:09
반응형

 

 

메이커스 마크를 처음 본 것은 LA 비행 때 리쿼샵을 들렸을 때다. 위스키에 관심은 생겼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때인데, 같이 간 동생이 위스키에 조예가 깊어 리쿼샵에서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갖가지 위스키를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중 현지 미국인이 위스키 한 병을 계산하는 것을 봤는데 병 주둥이 부분이 빨간 밀랍으로 봉해진 독특한 디자인의 위스키였다.

 

 

당시 후배에게 저 위스키가 뭔지 물어보진 않았는데, 위스키에 관련한 책들 중 유튜브에서 알게된 조승원 기자의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읽다가 LA에서 봤던 위스키가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 책은 기자가 직접 켄터키 지방의 위스키 증류소를 탐방했던 기록을 토대로 쓰여진 책인데 제일 처음에 다룬 증류소가 메이커스 마크였다.

 

 

밀로 만든 위스키

 

기자가 첫눈에 반해버린 위스키인 메이커스 마크는 입문 가성비 버번 위스키 삼대장 중 하나이다. (나머지는 와일드 터키, 버팔로 트레이스가 있다.) 일반적으로 버번 위스키는 호밀을 주로 사용해서 만드는데, 메이커스마크의 경우에는 밀을 써서 만든 위스키다. 밀로 만든 위스키는 엄청 구하기 힘들고 비싸다는 패피 밴 윙클(Pappy Van Winkle)과 그보다 조금 더 저렴하지만 (마찬가지로 비싸고 희귀한) 웰러(W. L. Weller - 버팔로 증류소)와 라서니(Larceny) 정도가 유명하다. 메이커스 마크는 밀을 쓰는 가장 대중적인 위스키 브랜드가 되겠다.

 

 

호밀 대신 밀을 사용한 위스키는 일단 맛이 부드러워진다. 위스키를 털어 넣었을 때 입안에서의 느낌인 마우스 필(Mouth Feel)이 확연히 달라진다. 좀 더 '고급진'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메이커스 마크 라인업

 

메이커스 마크 위스키의 종류는 아래와 같다.

 

  • 메이커스 마크 : 가장 기본이 되는 제품. 2010년에 '메이커스 마크 46'이 출시되기 전까지 유일한 제품이었다.

 

  • 메이커스 마크 46 : 아메리칸 오크통이 아닌 프렌치 오크통에서 추가 숙성을 시켜 향미를 강화한 제품. 2010년에 출시된 메이커스 마크 증류소의 두 번째 위스키 라인업. 추가 숙성에 사용할 특수 오크통에 어떤 나무를 어떻게 처리해서 넣을지를 여러 시행 착오를 거듭한 테스트를 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불에 그슬린 프랑스산 참나무 널빤지 열 개를 넣었을 때 최고의 맛이 난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마지막 실험에 사용한 참나무에 '46번째 실험용 널빤지 (Stave Profile No.46)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메이커스 마크 46'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 메이커스 마크 101 proof : 메이커스 마크의 50.5도 제품. 더 높은 프루프를 가진 메이커스 마크 패밀리 라인으로 오직 증류소에서만 한정수량 판매하고 있다.

 

  • 메이커스 마크 Cask Strength : 미국 위스키는 보통 배럴 프루프로 표기하는데 스카치 위스키처럼 캐스크 스트렝스라 표기한다. 오크통에서 술을 빼서 물 한 방울 타지 않고 바로 병입시킨 제품이다.

 

  • 메이커스 마크 46 Cask Strength : 위 46의 캐스크 스트렝스 버전.

 

  • 메이커스 마크 Private selection : 메이커스 마크 46을 기본으로 추가 숙성 기간에 6종의 다른 개성을 가진 오크 나무 막대를 주문자 마음대로 골라 오크통 내부에 넣어 원하는 대로 향미를 입힐 수 있게 만든 제품. 이것 역시 추가 숙성 후 캐스크 스트렝스로 내보내며 레이블에 추가로 사용된 막대의 종류와 수량이 표기된다. 책에 나온 내용으로는 오크통째로 판매되는 제품이라 개인 고객은 거의 없고 위스키 전문 매장이나 술집 혹은 레스토랑에 판매된다고 한다. 가격은 대략 1000만원 단위라고...

 

  • 메이커스 마크 Celler Aged : 오늘 다뤄볼 위스키이다.

 

  • 메이커스 마크 민트 줄렙 : 민트, 설탕 등 첨가. 리큐르로 분류된다. 녹색 밀랍봉인이 되어 있다.

 

 

메이커스 마크 셀러에이지드 (Cellar Aged)

 

 

시드니 비행을 가는데 뭔가 살 만한 위스키가 없는지 카페와 인터넷을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발견한 위스키가 셀러 에이지드였다. 카페 글에 따르면 이 위스키는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드니 공항 내 면세점에서만 판매된다고 한다. 물론 면세점이 아닌 일반 리쿼샵에서도 판매는 되지만 구하기 힘들고 프리미엄이 붙어있다고 한다. 굳이 웃돈을 주고 술을 살 생각은 없었는데 때마침 시드니 공항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구매하게 되었다.

 

 

정가는 호주 달러로 220달러(현재 환율로 약 20만원)였는데 크루 할인을 통해서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미국 소비자 가격으로는 150불에 판매된다고 나와 있는데 샌프란시스코와 LA에서보다 싼 가격에 구하지 않았나싶다.

 

 

 

공항 면세점 진열대
시드니 공항 면세점 내 전용 진열장

 

 

 

좀 더 저렴한 가격의 위스키도 많았는데 처음부터 제일 비싼 제품을 고른 건 아닌건지 살짝 후회도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잘 구매했단 생각이 드는 위스키가 되겠다.

 

 

이 위스키는 11년 숙성한 버번과 12년 숙성한 버번을 블렌딩하여 배럴 프루프로 출시된 제품으로 고숙성 고도수로 인해 미국 버번 유튜버들에게 고평가를 받았다. 블렌딩 비율은 13%의 11년 산 위스키와 87%의 12년산 위스키로 만들어졌다.

 

 

구매한 제품은 2023년 9월에 출시되었다. 회사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연간 한정판이 될 것이며 매년 동일한 숙성 접근 방식을 사용하여 만들어질 것이지만 버번 숙성의 구체적인 블렌드는 해마다 다르며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셀러에이지드 뚜따

 

테이스팅 노트

 

  • 아로마 : 검붉은 체리나 복숭아류 과일향 , 캐러멜화된 설탕, 구운 오크
  • 테이스트 : 큰 오크, 다크 바닐라, 과일이 균형 잡힌 맛
  • 피니시 : 캐러멜 처리된 배럴 향과 베이킹 향신료가 어우러져 길고 복잡한 벨벳 같은 질감
  • 프루프 : 115.7 (57.85%)

 

비교 시음을 위해 집에 있던 버팔로 트레이스를 함께 마셔봤다. 밀로 만든 위스키가 아니기에 엄밀하게 따질 수는 없지만 비싼데는 이유가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팔로 트레이스와는 향의 진한 정도부터가 달랐다. 동일한 종류의 잔에 따른 후 시향을 했는데 셀러에이지드에서는 진한 아로마가 풍겨져 나왔는데 그와 비교해 버팔로 트레이스에서는 향을 맡기 힘들 정도로 미약함이 느껴졌다. 거기다 버팔로 트레이스는 진한 알코올향부터 느껴졌는데 셀러에이지드에서는 비교적 알코올의 느낌이 덜했다.

 

 

셀러에이지드가 상대적으로 도수가 높아 목이 타는 느낌은 좀 더 강했지만 밀로 만들어서 그런지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웰러 스페셜 리저브도 집에 있는데, 그와 비교해서도 더욱 부드럽게 느껴지는 맛이었다. 한 모금 꿀꺽 삼킨 후 느껴지는 피니시는 여운이 많이 남았다. 일반 메이커스 마크는 마실 수 없게 되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마시더라도 맛이 덜하다는 생각에 하이볼로 만들어 마실 것 같다. 처음부터 너무 좋은 위스키를 마셔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