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이야기

에티하드 이직 전형 후기

공기버스기사 2023. 11. 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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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모 커뮤니티에 모항공사에 근무하시는 부기장께서 에티하드 항공사 이직을 위해 치른 시험 및 면접 후기 입니다.

토씨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올립니다. 글에도 나와있듯이 자유로운 공유가 가능하기에 업로드하는 점 주지하시기 바랍니다.

신검결과가 남았다고 하시는데 잘 마무리하시고 중동 하늘에서 새로운 꿈을 펼치셔서 행복한 삶을 사시길 기원합니다.


 

모든 전형을 마치고 인천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후기를 작성합니다. 전형은 3일간에 걸쳐서 진행되고 첫째날은 필기와 심, 둘째날은 컴파스 테스트, 그룹토론, 최종인터뷰, 제출 서류 확인, 마지막 3일째 되는 날은 신체검사가 진행됩니다. 저는 전형은 합격했고 신체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 있습니다. 에티하드 전형은 특히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에티하드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제 후기가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지원서 제출

 지원서는 작년 12월에 카타르와 같은 날에 제출을 했습니다. 카타르는 거의 3일 만에 연락이 왔고 에티하드는 만 10개월 꽉 채워서 연락이 왔습니다. 에티하드는 지원해두고 잊어버릴 때쯤 되면 연락이 온다고 들었었는데 말 그대로였습니다.

 

2. Assessments 초대

 아부다비로 초대하는 것부터 굉장히 배려가 부족? 하다고 느껴지게 일을 처리를 하는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정말 만으로 거의 10개월 만에 에티하드 파일럿 채용 팀 소속 기장님께 어세스먼트가 진행 될 예정이니 CV 등을 업데이트 해 달라고 메일이 왔습니다. 며칠간에 걸쳐 서류 업데이트가 끝나자 어세스먼트 날짜를 정하라는 메일이 왔는데 두 가지 옵션 중 그나마 늦은 게 대략 열흘 뒤였습니다. 날짜가 너무 촉박해 일정을 조정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그 요청에는 아예 대답을 안 해주셨습니다. 이때 그래 뭐 대강 부르는데 여행 간다고 생각하고 대강 보고 오자라고 마음 편하게 먹은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3. Assessments 준비

 어쨌든 준비를 해야하니 latestpilotjobs.com을 또 구독합니다. 그런데 전에 구독했던 카타르와 에미레이트에 비해 자료가 매우 빈약합니다. 여기서 2차로 마음을 비우게 됐었습니다. 지식시험은 LPJ 문제은행에서 약 10~15문제 정도 나온 것 같지만 그 10~15문제가 당락을 가르기엔 충분하니 아쉽지만 그래도 구독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ICAO 4444와 8168을 공부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컴파스 테스트 문제는 LPJ와 동일하고 레벨은 미디움 정도로 설정하시면 됩니다. 인터뷰 예제도 약 6~70문제 정도 나와 있는데 저는 이 예제들에 대해 대본을 만들고 외우는 방법으로 준비했습니다.

 

4. Assessments

 전형은 아침 7시부터 진행되고 인천에서 아부다비 도착하는 비행기는 밤 11시쯤 아부다비에 도착합니다. 일정이 너무 빠듯하기도 하고, 어차피 호텔까지 전부 제공되니 하루 전날 가셔서 반나절 정도는 쉬시면서 사막투어라도 다녀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또 도착해서는 아무도 픽업을 나오거나 에스코트를 해주지 않으니 각자 우버나 택시를 이용해서 호텔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저는 오전 사막투어 후 오후에는 페라리 월드나 씨월드에 가려고 했었는데 787을 막상 처음 타보니 욕심이 생겨서 오후에는 벼락치기를 했습니다.

 

 첫날 에티하드 사무실에 도착하면 시니어 캡틴 같은 분이 나오셔서 회사에 대한 브리핑을 간략하게 진행합니다. 급여와 보험제도, 티켓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바로 필기시험이 시작됩니다. 필기시험은 총 50문항으로 특이한 점은 일단 25개만 넘게 맞추시면 패스입니다. 답안지는 연필로 작성하고 답안지에 맞힌 개수에 따라 굿/마지널/페일 기준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기억나는 대로 문제를 복원하겠습니다. NDB, 드리즐, 레이더 벡터 사인, 페일 오퍼레이션의 정의, RNP1 정의, ICAO 어프로치 단계, DH/DA, 클라임 스트레이트의 정의는?, 콜드프런트 사인, 어프로치밴의 정의, ILS 크리테리아, ICREF? 뭐 이런 비슷한 느낌의 코드 정의, ICAO 플랜에서 RVSM이 가능하다는 알파벳, REIL의 색깔, 택시웨이 색깔, RNP중 대양에서 30마일 분리하는 RNP는 무엇인가, 써클링 어프로치 관련 속도문제, VOLMET, ADS-B의 풀네임, 쓰레스홀드 들어가기 전 있는 >>> 마킹의 이름은? QNH/QFE 정의, 메타 타프 타워 바람 방위 기준은?, 파이랩의 정의. 이정도입니다. 혹시 또 생각나는 게 있으면 추가하겠습니다.

 

 이후 기다리고 있으면 캡틴이 와서 심 타러 가자고 부릅니다. 심은 아부다비에서 이륙해서 두바이로 내리는데 EFB 가져가시고 아부다비 택시 차트와 ILS 31L, LAPID3K? 인가 SID 차트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아이패드도 안가지고 갔는데 시험관과 기장님이 너 뭐 가져가는거 없냐고 하길래 응 우리회사는 여기 안와서 아이패드에 차트 없어 했더니 둘다 어이없어 하며 웃길래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체커는 바로 뭔가에 체크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전부 노랑 빨강그냥 봐도 안 좋은 점수에 체크를 했습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이런식으로 멘탈에 데미지 입어서 좋을 게 없으니 EFB 챙기시고 차트 준비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뮬레이터 체크는 런웨이 진입 전 택시웨이에서 시작합니다. 저는 최대한 모든 제너럴/스탠다드 콜아웃을 실제 비행과 동일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비포 테콥체크리스트 까지 다 하고 이륙 후 윈드시어를 맞습니다. 이스케이프 매뉴버는 737과 동일하니 그대로 수행하시면 됩니다. 이후 캐빈에서 연락이 오는데 윈드시어 때문에 승객중 몇 명이 부상을 당했다는 인포가 들어옵니다. 캐빈에게 인포가 들어올 때마다 기장이 들었지? 들었지? 이런식으로 확인을 하는데, 이게 제가 임무수행이 가능한 정도의 영어는 할 수 있는지, CRM이 가능한지 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닥터 페이징 후 몇몇 승객의 부상 정도가 심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인포가 들어옵니다. 이때 기장과 CRM을 통해 나는 메디컬 이머전시 선포하고 아부다비로 돌아가야 할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등의 CRM을 시도합니다. 기장이 두바이도 가까워서 가도 괜찮을거 같은데? 라고 대답하자 ATC 역할을 하던 체커가 두바이 공항 지금 엄청 바쁘다. 라고 인포를 줍니다. 이에 바로 메디컬 이머전시 선포하고 아부다비로 다이버트를 수행합니다.

 

 모든 브리핑과 체크리스트를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아 보였던 것 같습니다. 클라임 체크리스트 요청 했더니 우리는 그런거 없다고 했고 셋업 후 랜딩브리핑을 하니 혼자 하면 된다고 합니다. 디센& 어프로치 체크리스트도 오더 합니다. 내가 알아서 생략하는 것과 오더 후 생략하는게 지금 생각해보면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준비가 끝난 거 같으면 FAF로 꽂아주는데 헤딩 데비에이션은 60도입니다. 3000FT가 맨더토리 알티튜드인데 뒤에서 애프터 리칭 3000FT, A/P OFF 오더를 하고 오토파일럿을 끄니 옆에서 기장이 FD도 끄고 맵모드도 어프로치 모드로 바꿔버립니다. G/S 인디케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선회를 시작하세요. 여기서 무너지면 저처럼 활주로를 아예 쓸고 다니게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A/T이 살아있어 고도는 상대적으로 지키기가 편합니다. 오히려 어프로치 라이트가 보이면 비주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전략인 것 같습니다. 활주로를 하도 쓸고 다니고 있으니 뒤에서 체커가 스모오오오올 코렉션!!! 스모오오오올 코렉션!! 이라고 외치며 죽어가던 저의 어프로치에 CPR을 실시합니다. 그의 CPR로 말미암아 정신을 차리게 되고 천피트 전에 그나마 비행기를 안정 시켰습니다. 이후 약 800FT즈음에서 APU 파이어가 납니다. 벨 컷아웃 하고 컨티뉴 어프로치 진행 했습니다. 이후 약 20FT 쯤 도달하자 심을 세우고 평가가 종료 됐습니다. 랜딩 안시키실래 아 떨어졌구나 생각했고, 끝나고 체커가 윈드시어 이스케이프 메모리 아이템 읊어보라길래 읊었더니 그래서 너 토가 쳤어? 디 쥬우우우우우? 라고 계속 묻더라구요. 아마 토가를 안 친 모양입니다. 다른 분들께서는 잘 수행하시기 바랍니다. 이후 대기하고 있으면 한명씩 호텔로 가는 버스 타러 가라고 밖으로 불러내면서 거기서 한명씩 결과를 알려줍니다. 지원자가 12명 이었는데 첫날 두 세명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둘째 날은 다른 건물로 가서 전형을 진행합니다. 컴퍼스 테스트부터 진행되고 컴퍼스 테스트는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고 LPJ에서 연습하시면 됩니다. 그 중 뭐 요크랑 러더 설치해서 하라는 과목이 있는데 실제 시험장에선 아이패드 들고 FD만 따라가면 되니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인성검사가 225문제인데 오히려 이게 너무 지루해서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후 그룹 토론이 진행됩니다. 저도 유학 한번 다녀오지 않은 토종 한국인이라 영어 때문에 계속 걱정인데 적어도 그룹 토론에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룹마다 사회자 역할에 욕심을 내는 친구가 있으니 그 친구를 따라서 흘러가다 본인의 견해 한 두마디만 이야기 하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룹토론 문제는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해야하는 데 1~6번까지 개개인 별 특징이 서술되어 있는 정리해고 명단을 줍니다. 이중 정리해고 되야하는 순서를 토론으로 도출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5분간 준비시간이 주어지고 15분간 토론이 진행 됩니다. 다른 사람들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 견해 한 두마디만 더하면 됩니다.

 

 마지막 파이널 인터뷰입니다. 역시나 영어 때문에 제일 스트레스가 심한 과목입니다. 두 명의 파일럿이 인터뷰어입니다. 한명은 보잉, 한명은 에어버스 기장님이셨는데 둘 다 굉장히 친절하시며 처음에 우리 모두 영어가 마더 랭기지가 아니니 영어는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여기 너를 떨어뜨리기 위해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너와 동등한 파일럿이라는 동료로써, 너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앉아있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해주며 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인터뷰는 약 45분에서 한시간 가량 진행되고 저의 비행 생활에 있어서 경험에 기반한 질문들을 주로 합니다. 가장 신경 쓰였던 지식 질문은 ACL/PCL, EDTO, 윈드시어 이스케이프 매뉴버, RVSM 정도로 몇 문항 물어보지는 않았고 저는 ACL/PCL은 물어본다는 후기를 봤음에도 설마 물어보겠어 하고 정의만 보고 갔다가 잘 모르겠어 공부 더할게 라는 답변을 하니 그분들이 최대한 저의 답을 짜내려고 노력 해 주었습니다. 다른 질문으로는 저의 비행 커리어에 대해서, 비행하면서 겪은 가장 큰 실패가 무엇인지, 어떤 기장을 만났을 때 비행이 힘들었는지, 제 대답에 대해 그렇게 행동함에 있어 배운점은?,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것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지? 그럼 기장이 안 좋은 기장일 경우 너는 입닫고 무시하는지 아니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등등이었습니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략 10가지 정도 시나리오를 준비해서 돌려막기를 하는 전략이 괜찮아 보입니다.

 

 이후 한참을 대기하고 있으니 아까 면접관중 두어 명이 대기실로 들어와 추가 인터뷰가 있다며 세 명의 지원자를 불러냅니다. 이후 헤드 쿼터 급으로 보이는 기장님께서 들어오시더니 여기 남아있는 사람들은 합격한 사람들이다. Congratulation guys, Welcome to Etihad. 라고 말하는데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최종적으로는 12명의 지원자 중 5명이 떨어지고 7명이 붙었으며 전체 지원자 중 8명은 에어버스, 4명이 보잉이었습니다.

 

 신체검사야 저의 노력으로 되는 부분이 아니니 혹시 잘못된다고 해도 너무 아쉽겠지만 괘념치 않기로 했습니다. 단, 본인 BMI가 30이 넘으시는 분들은 30 아래로 맞춰두셔야 합니다. BMI가 30이 넘는 사람은 아예 몇 키로를 빼고 오라고 의사가 지시를 내립니다. 지원자 중에 3.5kg빼고 오라는 사람부터 13kg 빼고 오라는 사람까지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몸무게를 줄이고 줄였다는 걸 인증하는 메일을 메디컬 센터로 보내면 그때서야 메디컬 센터에서 인사팀에게 채용 프로세스를 계속 진행하라고 인포를 준다고 합니다. 그러니 유일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체중은 BMI 30이하로 맞춰두시길 바랍니다.

 

 질문이 있으시면 쪽지 댓글 무엇이든 환영이고 아무데로나 퍼 가셔도 됩니다. 보잘 것 없는 후기지만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이후 여전히 우리나라만 특히 부기장이 넘쳐나서 홀대를 받는 거 같습니다. 다른 곳들은 여전히 운항 승무원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국내 환경이 좋아지길 바라지만 그게 아니라면 더 좋은 환경에서 많은 분들이 일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늘 안전비행 하십시오.